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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형식? 내용?

형식과 내용.
술자리에서 술잔을 주고 받으면서, 선생님께서는 늘 편하게 잔을 주라고 하신다.
형식적으로 예의를 차리기보다는 마음을 담으라고...

나중에 어려운 자리에서 굽실거리지 말고, 떳떳하게 대처하고.
마음이 담긴 잔이길 바라신다며...


잠시 다른 이야기였지만,
오늘 연구실에 차가 생겼다.
그리고 지난 몇 일간, 그리고 팀장이 된 이후 연구비 관리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공유되어야(보고되어야) 하는 정보는 많아지고, 생산하는 곳, 시간 역시 다양해지고 있다.
현재는 필요할 때마다 취합하여 엑셀로 정리하는 정도로 정보가 관리되고 있다.

하지만, 정보시스템, 말이 거창하지만, 웹으로 관리할 수 있는 간단한 웹페이지가 필요할 때가 된 것 같다.
사람마다 달라지는 정리 스타일에 이제까지 모은 자료를 일일이 수정할수도 없는 노릇이고,
공통 분모를 찾아서 정리하고, 엔드 유저는 그저 자신이 쓰는 스타일에 맞춰서 사용하게만 할 수 있으면...

지금 구상은 연구비 관리, 연구업적 관리, 프로젝트 관리, 차량 일지 등의 내용이다.
이미 수개월에서 수십개월 전에도 구상을 하였지만, 실현하지 못했던 문제.
막상 구현하고 나면 별 거 아닌 일일 것을....

고민을 하게 되는 건, 고민하고 만들지만, 쓰는 사람은 내가 아니라는 것.
그리고 내가 쓴다고 할지라도, 과연 그게 큰 도움이 될 지 의문이다.

정보화를 한다는 것.
형식을 갖추기는 쉬운 일인 것 같다.
기술적으로 해결하면 될 문제이니...
(책보고 누더기 코드를 만들더라도 구현은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과연 잘 사용할 것인가?
알찬 내용으로 의미있는 시스템이 될까?
내가 그동안 거쳐왔던 많은 홈페이지와 블로그, 카페, 미니홈피 등의 경험을 비추어 보았을 때도
정보화는 시스템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 컨텐츠와 컨텐츠를 생성하는 문화가 훨씬 더 중요하다는 것.

학부 과정에서 배우는 많은 공학문제는
많은 부분 전산화가 가능하며, 전산화를 통해 보다 실무적인 감각을 기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손으로 푼다는 핑계로, 책에 있는 간단한 예제 따위나 시덥지않게 풀어내는 현재는 행태를 벗어날 수 있을테니...) 하지만 여기에도 여전히 회의가 드는 이유는, 이러한 고민에 대해, 그리고 프로그램화되었을 때 이룰 수 있는 혜택(?)에 대해 너무나도 무관심하다. 70년대 이론으로 80년대 문제를 풀어내고 있는 현실. 21세기에 들어선 지도 수년이 지난 지금, 1펩타플롭 시대도 개막한 이 시점에, 엑셀로 풀만한 문제를 공학문제랍시고, 풀고 있는 건 너무 형식에 얽매여있는 건 아닐까?

과거의 형식에 얽매여 있는 현재를 지금의 형식으로 바꾸어서 개선하려고 하는 나 역시 바보일 거란 생각이 들지만, 내용이란 것. 문화라는 것은 과연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 지 도통 모르겠다.


전산화, 정보화라는 이 덫을 어떻하면,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 있을까...?